이야기/커리어

2018 Naver Campus Hackday Winter 후기

leatherjean 2018. 12. 2. 17:08


Naver Campus Hackday Winter 후기

                             열여덟살의 나를 위한 선물




 2018년 하반기. 네이버 핵데이에 참가하고 왔다. 남들에게는 '그냥 해커톤 다녀왔네' 라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매우 뜻 깊은 시간이었다. 네이버 현직자 멘토들과 함께해서 기술적으로 성장했기 때문이 아니라 열여덟살의 내가 꿈꿨던 일을 7년만에 이룰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고등학생이던 나는 실리콘밸리의 IT기업들에 관심이 많았었고, 국내에서는 네이버라는 IT회사가 엄청난 성장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마음 속으로 응원하는 기업 중 하나가 되었었다. 그리고 그 회사가 그린팩토리라는 멋진 사옥을 짓고, 국내에서 수평적인 기업문화의 선두주자로 나서면서 나의 워너비 회사가 되었고, '살면서 딱 한번만이라도 네이버에 방문해서 개발을 해보고 싶다.' 라는 작은 꿈이 생겼었다. 그러한 작은 꿈을 안고 7년이라는 세월동안 여러 에피소드를 걸치면서 인생을 살아왔지만, 그 작은 꿈은 시간이 지나면서 현실에 치여 점점 희미해져갔었고, 그래서 7년간 네이버에 한번도 방문을 해본적이 없게 되었다. 


 해커톤에 선발되어서 네이버 그린팩토리에 첫 방문을 하였을 때, 나는 그 시절의 기억들이 생생하게 다시 떠올랐다. 내가 왜 개발자가 되려했고, 왜 주변의 걱정어린 시선들을 무시한 채로 여태까지 내 갈길을 걸어왔는지 말이다. 사실 최근에 취업준비를 하면서 심적으로 많은 스트레스가 있었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왜 다른사람들에게 힘들게 납득을 시켜야하는지, 나는 잘하고 있는데 왜 다들 동정과 걱정의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는지, 이러한 것들은 자신에게 확신이 있으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취준하면서 나는 여러 실패를 맛보았고 확신마저 사라져가고 있었기 때문에 그동안 내가 걸어온 길, 내가 해온 말들이 부정되는 것 같아서 머리가 아팠다. 하지만 이런 모든 스트레스들이 네이버 그린팩토리에 입성함과 동시에, 그 시절의 나를 떠올리며 다시 확신으로 바뀌게 되었고, 잊고 있었던 작은 꿈이 눈 앞의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에 '나는 내 신념대로 인생을 잘 살아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머리가 맑아지고 동기부여가 100%로 다시 충전이 되었다. 


서론이 쓸데없이 매우 길었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야겠다.


네이버 커넥트원 (구글에 돌아다니는 이미지인데 문제가 된다면 삭제하겠습니다.)

 네이버 캠퍼스 핵데이는 1박 2일간 춘천 네이버 커넥트원에서 진행이 된다. 그린팩토리에서 인원체크하고, OT하고, 버스에 탑승해서 춘천으로 간다. 나는 맨처음 그린팩토리에 도착해서 회사가 너무 멋져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사진과 동영상을 찍었다. 그러다가 우아한테크캠프에서 만난 동료들을 4명이나 만나게 되었고, 오랜만에 근황 이야기도 했다. 지방 출신인 내가 이제는 이 분야에서 나름 지인들이 생겼다는 것이 좀 신기하게 다가왔고, 이전에는 이런 행사에 참가하게 되면 함께 이야기할 사람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어서 외로웠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게 되었다. 아무튼 OT가 끝나고 버스에 탑승해서 1시간 반만에 춘천 커넥트원에 도착하게 되었다. 맨 처음 커넥트원에 도착했을 때 느낀점은 '와.. ' 였다. 보안 서약서를 작성하여 사진은 올리지 못하지만, 내가 살면서 본 건물 중에 가장 멋졌다. 외부도 물론 멋지지만 내부가 정말 멋졌다. 직원들의 워크샵이나 신입사원 교육 때 사용하는 곳이라고 한다. 바로 옆에 데이터센터도 멋지게 지어져있었다. 



 

 
















  해커톤을 진행하는 곳은 큰 강당같은 곳에 책상과 의자들이 갖춰져있었고, 각 팀별로 자리가 미리 배정되어 있었다. 나는 내 자리를 찾아가서 팀원들과 멘토님을 만났고, 서로 인사를 나눈 다음에 행사 관련 설명을 듣고 24시간 해커톤을 진행하게 되었다. 멘토님과 자기소개를 마치고,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앞서서 장소가 좀 비좁은 느낌이 들어 어느 회의실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 나는 전날까지 타기업 면접일정이 빡빡하게 잡혀있어서 해커톤 주제에 대한 공부를 전혀 하지 못하고 왔다. 하지만 우리 팀원들은 라이브러리 분석도 끝내고 미리 구현도 해본 상태로 오셨더라. 난 이때까지만 해도 개인전인줄 알고 '그냥 좋은 경험이나 하다가 가자'라는 안일한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멘토님께서는 당연하다는 듯이 팀플을 이야기하셨고, 우아한테크캠프 이후로 오랜만에 프로젝트를 하는 것을 넘어서 즉석 팀플을 진행하게 되었다. 


정상혁 멘토님과의 첫 만남

 멘토님은 사진으로만 뵀을 땐 엄하게 느껴졌지만, 이야기를 한번 섞자마자 정말 좋은 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우리 팀이 경쟁적인 분위기보다는 즐겁게 협업하면서 개발하는 분위기로 만들어주셨고, 옆에서 많은 것들을 알려주셨다. 큰 기술보다는 개발하면서 자주 사용되는 작은 꿀팁같은 것들을 주로 많이 알려주셨고, 프로젝트 회의에도 참여하셔서 우리가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게 인도해주셨다. 나는 팀원들과 맨처음 회의를 할 때 적극적으로 의견 표출을 하지 못하였다. 미리 공부를 해오지 않았을 뿐더러 처음부터 우수참가자를 노리고 오지 않아서 마음이 붕 떠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로젝트를 하다보니까 즉각적으로 결과물들이 나오고, 오랜만에 협업을 하다보니까 테크캠프의 기억들이 살아나게 되었고 갑자기 너무 즐겁다는 느낌이 들게 되어서 적극적으로 참여를 하게 되었다. 


멘토님께서 외부에 공개 가능한 프로젝트라고 허락해주셔서 올립니다.


 깃헙을 통한 이슈관리, pull request와 코드리뷰, 리팩토링 등 처음만난 팀원들과 나름 1박 2일동안 진한 협업을 했고, 1차 구현 범위가 끝나고 부터는 추가 구현 사항들을 브레인스토밍해서 8개까지 뽑아낸 다음 그 중에서 본인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작업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였다. 나는 지금 생각해보면 무슨 자신감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markdown rendering에서 텍스트만이 아닌 이미지까지 렌더링 하는 기능을 만드는 걸 골랐고, 그것은 8개의 추가 구현 사항들 중에 도전적인 과제로 분류된 것이었다. 팀원들은 각자 고른 기능에 대한 구현을 새벽 2시 정도까지 진행하였고, 나는 내가 맡은 기능을 운 좋게도 가장 빨리 마무리 할 수 있었다. 그 때의 성취감은 정말 짜릿했다. 취직준비하느라 잊고 있었던 플젝의 즐거움을 다시 느끼니까 온몸에 피가 도는 기분이었다. 기분 좋게 마무리하고 같은 방 쓰는 팀원분과 이야기 좀 나누다가 새벽 3시 반쯤에 숙소로 같이 들어갔다. 


 숙소는 고급 호텔 1인실 같은 느낌이다. 바깥에는 테라스가 있고 아침에 커튼을 걷으면 춘천의 경치가 쫙 보였다. 근데 숙소가 모자랐는지 1인실에다가 간이침대 1개를 가져다놓고 2명이서 자라고 배정해놨더라. 그래도 잠만 자기에는 충분히 좋았다. 같은 팀원분께서 성격이 너무너무 좋으셔서 먼저 들어가자마자 메인 침대가 아닌 간이 침대에서 주무신다고 자리를 잡으시더라. 정말 죄송했지만 끝까지 양보해주셔서 결국 내가 좋은 침대를 차지하게 되었다. 씻고나서 잠자리에 누웠지만, 새벽 4시부터 아침 7시까지 둘다 잠을 못자서 뒤척이다가 1시간 정도 자고 일어났다. 


 일어나서 9시까지 퇴실하고 9시 반에 식사를 하러 갔다. 메뉴는 아메리칸 브렉퍼스트. 호텔 조식이었다. 맛있게 먹고 일어나서 어제 구현한 것 중 코드리뷰 받은 내용을 반영하고, 전체적인 소스 리팩토링을 하면서 오전을 다 보냈다. 그리고 아침 먹은지 얼마 안되었는데 점심 식사 시간이 찾아왔고, 불고기 비빔밥을 맛있게 먹고왔다. 프로젝트 막바지를 달리는 중이어서 리팩토링, merge, conflict 해결, Wiki 문서화 등을 진행하였다. 그리고 오후 3시에 다시 그 강당에 모여서 마무리를 했고, 버스에 탑승해서 2시간 동안 기절한 채로 다시 네이버 그린팩토리에 도착하게 되었다. 




 짧다면 짧을 수 있는 24시간 동안 처음 만난 사람들과 컨벤션을 정하고, 코드리뷰를 하고, 이슈 기반 협업을 해보았다는 것은 나에게 엄청난 의미이다. 2018 여름방학 이전에는 컨벤션이라는 단어도 몰랐고, 코드리뷰는 왜 하는건지도 몰랐으며, 리팩토링은 뭔지, 깃허브는 어떻게 사용하는건지, 처음 만난 사람들끼리 어떻게 프로젝트를 하는지, 이러한 것들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던 내가 어느덧 협업을 아는 개발자가 되었고 최고의 해커톤에 참석해서 내 가치를 증명해냈다. 


나에게 이번 해커톤은 열여덟살의 나를 위한 선물이자, 2018년에 내가 했던 노력들을 증명하는 시간이었다. 

개발자를 꿈꾸는 대학생이면 누구든 도전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운좋게도 우수참가자로 면접기회를 얻게 됐다. 기분이 정말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