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러시아

[러시아 여행] 1. 첫 해외여행 (광주->인천공항->블라디보스톡)

leatherjean 2016. 7. 5. 21:07

어렸을때 부나는 여행 프로그램을 좋아했다.

하지만 23년내내 살면서 여행갈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었고,

당시의 나에겐 새로운 것을 한다는 것에 두려움이 있었다.

 

사람이 변하기는 정말 힘들다곤 하지만,

군대에서의 힘듦이 그 힘듦을 뛰어넘는 순간

난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매일 남들이 자는 시간에 손전등을 켜고 수첩을 꺼내

전역 후 나의 목표와 지금 내 감정과 생각들을 적어나갔고 ,

군대라는 울타리를 탈출하자마자

밤마다 적어내려갔던 버킷리스트를 하나씩 몸소 실천하기 시작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러시아 여행

내가 러시아 여행을 간다고 하면 주변사람들의 반응은 한가지로 통일되었다.

 

"왜 굳이 많고 많은 나라중에 러시아를 가니? 위험하게"

 

나의 대답은

 

"남들이 많이 안가본 나라로 가고싶어요. 정보가 많이 없을테니 개척하는 기분도 나고, 그게 바로 여행이잖아요?"

 

항상 이랬다.

사실 군대에서부터 첫 해외여행을 러시아로 결정한건 아니었다.

그때는 막연하게 해외여행가야지 라고만 생각하고 있었고,

그냥 남들이 안가본 곳으로 가고싶다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무심코 보게된 세계지도에는 가장 눈에 띄는 나라가 있었는데,

그건 바로 러시아

'러시아는 이렇게 큰 나라인데 왜 주변에서 다녀왔다는걸 한번도 못들어봤지..?'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훅 치고 들어와서

나는 검색을 해보았다.

역시나 예상대로 인종차별과 비자문제때문에 그 동안 여행객들이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더 찾아보니 최근 무비자로 여행가능하게되었고, 인종차별은 푸틴대통령이 집권후 사라지고있다고 한다.

 

그리고 당시에 나는 인생살이가 그닥 즐겁지 않아서

혹시라도 죽게되더라도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다가 죽으면 상관없다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도 첫 해외여행이고 언어가 안통하는 나라여서 쫄리는 것은 어쩔수 없는 사실..

그래서 나와 비슷한 시기에 전역한 내 친구 세웅이에게


"나랑 러시아 여행 갈래?"


라고 물어봤다.

대답은 5분도 채 안되서 왔다.


"오 개좋아ㅋㅋ"


위험한 곳인데 괜찮겠냐는 둥 거부감이 들수도 있는 말들을 해줬는데도

가고 싶다고 방방뛰는 모습을 보니 매우 뿌듯했다.

 

그렇게 우리의 여행 계획은 시작되어갔다.

 

3개월간 서로 일 끝나고 집에서 2주일에 한번씩 모여

3시간 계획짜고 3시간 회에다가 소주한잔..

식으로 철저하게(?) 계획을 짜 나갔다.

 

나는 빡빡하게 여행 계획을 세우는 것 보단

어떤 도시에 뭐가 있는지만 파악하고

도착한 후 자유롭게 여행하는 식으로 여행 하고 싶었고

내 친구 세웅이도 그걸 따라 주었다.

 

서론이 너무 길었던거 같은데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야겠다.

 




우리는 2016년 1월 2일 광주에서 인천공항으로 공항버스를 타고 떠났다.

이 때의 날씨는 아마 매우 추웠던 걸로 기억한다.

버스 시간이 매우 이른 시간이어서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오랜만에

해가 뜨지않은 새벽길을 걸어보았다.

고3으로 돌아간듯한 기분이라고 서로 말하며 웃었던게 기억이난다.

너무 추웠지만 우리가 지금 가려고하는 러시아에 비교하면서

X됐다 만 연발했던 것도 기억난다.

 이때의 감정은 설렘 40% 걱정 60% 였다.

 

태어나서 여행 목적으로는 처음와보는 인천공항..

우리 둘다 어리둥절 해서 스마트폰으로 검색하기 급급했는데

바닥을 보니 중국인 신분증이 떨어져있었다.

어디서 애타게 찾을 우리 쭝국 형을 생각하니 짠해서

안내데스크에 바로 가져다줬던 기억이 난다.

 

 

러시아 저가항공인 아에로플로트를 탑승했는데,

연두색 자가용 비행기인줄 알았다...

옆에있는 아시아나 항공 같은 대형 항공사와 비교하니

초라해지는 우리 비행기..

한국인은 몇명 없었고 다들 고향으로 가는 러시아인들이었다.

러시아 항공이라 예쁜 승무원들을 기대했건만

초등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봉사하고 계실만한 학부형같으신 아주머니들이

승무원을 하고계셨다..

러시아엔 미녀만 있다는 환상은 비행기를 탑승하자마자

사라진걸로..

 

 

 

블라디보스톡으로 가는 길은 3시간 정도로 짧았지만,

오랜만에 탄 비행기라 그런지 신기한 점도 많았고,

무엇보다 창가 뷰가 아주 최고였다

 

 

비행기가 어느새 도착했고, 블라디보스톡 시간으로 저녁 8시쯤에

우리는 공항에 도착했다.

신기한게 공항에는 우리 비행기에서 내린 사람들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내리자마자 보이는 한국인 여성분 두명한테 말이나 걸어볼까 했지만

그냥 패스

우리 갈길도 바쁘고 앞길이 막막해서 그런 여유가 없었다.

블라디보스톡 공항은 시내에서 차로 30분정도 거리에 떨어진 외진곳에 있어서

삐끼 들이 운영하는 택시를 타거나 버스를 타야하는데

버스는 이미 끊겼다고 자기 차 타라고 2만원에 해준다고 삐끼 아저씨가 우리에게 접근해왔다.

솔직히 좀 더 깎고 싶었는데, 아저씨가 너무너무너무 갱스터같이 생기셔서...

그냥 오케이오케이 하고 벤에 탑승했다.

 

 

벤에 탑승한 뒤 공항이 너무 이뻐서 아이폰으로 순간 캡쳐

예술의 나라라더니 공항도 예술이다.

근데 사람이 없는게 함정

 

공항에서 나가자마자 든 생각은

'아 XX 춥다...'

러시아의 추위는 딱 상상한 만큼 추웠다.

우리 삐끼 아저씨는 차안에서 담배를 태우더니

갑자기 옆에 따라 붙은 벤 운전자랑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큰소리로 대화를 하는데,

그 대화내용이 마치

" 난 남자 두명인데 너는?"

"나는 여자 두명ㅋㅋ"

"갖다 팔면 오늘 꽤 돈좀 나오겠는데?"

이렇게 들렸다.

세웅이와 나는 뒷자리에서

" 도착하자마자 뒤지는거아니여? ㅋㅋㅋ "

라고 말하면서 쪼개고 있었고,

그 뒤로 보여준 삐끼 아저씨의 친절함은

우리가 너무 긴장하고 있었다는 것을 상기시켜줬다.

다 사람사는데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아무튼 러시아의 도로는 우리나라와 다른점이 많았다.

일단 운전대가 오른쪽에 있었고,

도로에 가로등이 매우 촘촘하게 붙어있었다.

러시아 인들은 대체로 운전을 매우 거칠게 하는 편이며,

눈길도 서슴치 않고 달린다.

그리고 달리는 도중에 도로 한가운데에 보이는

LG 마크를 보고 우리나라가 좀 자랑스러웠다.

 

 

이게 바로 우리가 탔던 벤이다.

삐끼 아저씨와 함께 사진을 찍고싶었지만,

아직 그럴 용기 까지는 나지 않았다.

아저씨는 우리가 보여준 구글맵에 있는 숙소위치를

끝까지 찾아낸 뒤 내려주셨다.

러시아인들이 불친절하다는 선입견은

여행을 시작하자마자 사라졌다.

어딜가나 불친절한 사람은 있기 마련이다.

다른 여행자들이 개인을 보고 전체를 판단한 것일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에어비앤비를 이용해 숙소를 잡았는데,

구글맵을 켜고 그 위치를 따라 들어가는데도 도저히 못찾겠었다.

그 위치를 따라 들어가면 진짜 갱스터들이 출현할만한 골목길이 나오는데

냉동 탑차가 공터에 세워져있고, 무서운 형님들이 담배를 태우고 계셔서

왠지 그 골목에는 게스트하우스가 없겠다 싶었다.

하지만 그 골목 말고는 진짜 계속돌아봤는데도 우리가 예약한 숙소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 하고 들어간 어둠의 골목..

그 골목의 중간에 게스트하우스라고 적힌 문이 보였고,

우린 그 문을 열고 들어갔다.

매우 따듯했다.

근데 카운터는 없고 바로 방들로 이어져있어서 당황스러웠다.

그 때 마침 중국인 한명이 나와서

"Gallery and more?(게스트하우스이름)"

이라고 묻자

우리는 yes 라고 대답하고 카운터를 못찾겠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그 중국인이 친절하게도 밖으로 나가서 오른쪽으로 가면 있다고 알려줬다.

우리는 뒤늦게 체크인을 했고 (게스트하우스 주인은 초특급 미녀)

이러한 별채에 묵게 되었다.

나머지 블라디보스톡은 다음 여행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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